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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모면한 제이크루(J Crew)…영국 시장에서 철수

지난 2013년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Regent St)에 대형 플랙십 매장을 오픈하면서 역사적인 유럽진출을 이뤘던 제이크루가 영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러한 행보는 지난 6월 그룹의 파산신고 이후 최근 채무자와의 성공적인 협상에 따라 파산을 모면하는 동시에 새롭게 운영중인 리스트럭처링의 일환으로 보인다. 제이크루는 영국내에서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80명의 직원을 고용중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프레피 패션 리테일러 제이크루가 파산위기를 겨우 모면했다.

제이크루는 한 때 가장 쿨한 미국 브랜드였다. 패션에디터들이 미국 출장이나 여행시 꼭 들러 ‘획득’ 해 오는 상품이 제이크루였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까지 약 십여 년 간 제이크루는 프레피(preppy) 아메리칸 스타일로 각광 받았으며 눈부신 매출 성장을 보였다. 특히 미셸 오바마가 2008년 TV인터뷰에 입고 등장하면서 국민 브랜드 격의 명성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2008년 미국의 대선 캠페인 기간에 미셸 오바마는 제이크루 아웃핏을 입고 심야 토크쇼에 출연했다. 


크리에이티브 다이렉터인 제나 리온과 CEO/체어맨, 미키 드렉슬러는 제이크루를 최고 인기 브랜드로 만든 인물인 동시에 사업의 실패를 초래한 리더들이다.

그 인기가 피크를 이루던 당시 크리에이티브 다이렉터인 제나 리온(Jenna Lyons)은 포멀과 인포멀을 믹스하는 미학을 제공하면서 일약 스타일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됐으며 CEO였던 미키 드렉슬러(Mickey Drexler)는 제이크루를 성공적인 브랜드와 비즈니스로 전환한 패션산업의 뛰어난 경영자로 주목받았다.


제나 리온은 특유의 스타일로 제이크루의 인기 뿐 아니라 개인적인 명성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호황은 계속되지 않았다. 특히 2014년에 이익이 42%나 하락하는 등 2010년대 중반 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제이크루는 더 이상 쿨하지도 성공적이지도 않은 브랜드로 바뀌었다. 결국 센세이셔널했던 제나 리온의 인기도 땅에 떨어져서 2017년 제이크루를 떠나게 됐고 CEO역시 같은 해 체어맨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아마존에서 판매했던 제이크루의 라인

이후 CEO로 임명된 짐 브렛(Jim Brett)은 제이크루를 회생시키기 위해 저가 레인지를 늘리고 일부 라인을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등 새로운 전략을 시도했지만 브랜드의 명성에 금이 갈까 우려한 전 CEO이자 체어맨인 미키 드렉슬러에 의해 밀려나면서 제이크루는 그나마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잃었다.

결국 그 이후로도 계속된 회복 전략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한데 다가 판데믹으로 지난 3월부터 약 500개 의 매장(제이크루 매장 181, 메이드웰 매장 140, 팩토리/아울렛 매장 170)이 임시 휴점에 들어가면서 제이크루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 5월 제이크루는 파산신청을 함으로써 판데믹 기간 중 파산하는 최초의 주요 리테일러가 됐다.


지속적인 사업부진으로 제이크루의 부채는  2조원까지 늘어났다. 

제이크루가 잘 나가가던 시절인 2011년 투자회사들(TPG Capital, Leonard Green & Partners)은 3조 5,300억원($3bn)에 제이크루 그룹(제이크루, 메이드웰)을 인수했는데 파산 신고 당시 부채는 2조원($1.65bn)에 달할 정도로 적자가 심했다. 결국 9월 채권자들은 부채를 회사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하고 추가로 47억원($400m)을 펀딩해서 리스트럭처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제이크루는 파산의 위기를 모면했다.

과연 십여 년 동안 화려한 성장을 보여주고 파워풀한 브랜딩으로 어필하던 제이크루가 파산위기까지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두 가지로 요약한다. 브랜드가 정체성을 잃게 된 것과 이커머스에 조인하지 못한 것이다.


높아진 가격과 화려한 스타일(대중적이지 않은)로 제이크루는 점차 고객을 잃게 됐다.

정체성의 문제는 스타일과 가격의 요인을 포함한다. 시작부터 저렴한(affordable) 상품을 제공했던 제이크루였지만 2010년대를 전후해서 가격이 계속해서 높아지기 시작해서 캐시미어 스커트가 47만원($400)을 호가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영국에서 더욱 심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브랜드들은 영국에 건너오면서 가격의 숫자는 그대로 두고 통화만 달러에서 파운드화로 바꾸게 된다. 즉 30달러는 30파운드가 되는데 그렇게 되면 30% 정도 가격 인상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제이크루가 비싸지는 데도 불구하고 핏이나 퀄리티는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고객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스타일에 있어서도 제나 리온의 미학을 바탕으로 점점 화려한 분위기로 바뀌면서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결국 제이크루는 자라와 H&M 같은 저렴하고 트렌디한 브랜드에게 시장의 셰어를 잃기 시작했다.


인터넷 베이스의 리포메이션(사진) 같은 브랜드의 등장은 제이크루의 시장을 더욱 좁게 만들었다.

제이크루를 포함해서 갭, 애버크롬비앤피치 등을 사람들은 미국의 대표적인 몰(shopping mall)브랜드라고 부른다. 오프라인 베이스로 제공되는 전통적인 포맷의 대형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 이러한 몰 브랜드들은 모두 부진하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젊은 고객군인 밀레니얼과 Gen Z는 몰에 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들은 이제 리포메이션(Reformation)이나 에버레인(Everlane)같은 브랜드로 옮겨갔다. 이제 제이크루의 브랜드 파워는 더 이상 예전의 것이 아니다. 인터넷 베이스의 브랜드들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자매 브랜드인 메이드웰을 상장해서 부채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판데믹으로 이를 포기하면서 파산신청을 하게 됐다.

결국 제이크루는 신속하게 옴니채널(omnichannel)로 진전했어야 했고 기존의 프레피스타일에서도 빠져나왔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제이크루가 그렇게 하지 못한데는 미키 드렉슬리의 오프채널 마인드와 제나 리온이 자신의 미학을 고집한 이유가 크다. 제이크루는 변화하는 소비자에 대응하기 보다는 리더들의 오만함에 따른 운영으로 회생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닐까. 과연 제이크루가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이크루 요약

  • 1983: 제이크루 론칭, 가격에 민감한 고객을 대상으로 저렴한 상품을 제공
  • 1990년대 후반: 사업이 어려워짐
  • 2003: 미키 드렉슬러가 CEO가 되면서 매출 성장과 사업이 회생하기 시작
  • 2006: 제이크루 상장, 메이드웰(Madewell) 브랜드를 인수
  • 2008/2009: 미셸 오바마와 두 자녀가 제이크루를 입으면서 더욱 유명해짐
  • 2011: 투자회사(TPG, Lenonard Green & Partners)가 3조 5,300억원($3bn)에 사유화
  • 2014: 이익 42% 하락
  • 2017: 제나 리온이 브랜드를 떠남
  • 2017: 짐 브렛이 CEO을 이어받고 회복전략을 론칭. 가격을 낮추고 플러스 사이즈를 추가하고 저렴한 라인(Mercantile Collection)을 아마존에서 론칭함
  • 2018: 4년 만에 제이크루의 매출이 좋아지기 시작
  • 2018: 임원진(미키 드렉슬러)과의 갈등으로 17개월 만에 짐 브렛이 CEO를 사직
  • 2019: 미키 드렉슬러가 체어맨에서 사임하고 15년 만에 회사를 완전이 떠남
  • 2020: 빅토리아스 시크릿에서 잰 싱어(Jan Singer)를 CEO로 영입
  • 2020: 메이드웰을 상장해서 부채를 줄일 계획이었으나 3월말 이 계획을 포기
  • 2020: 3월 판데믹으로 500개 매장이 휴점에 들어감
  • 2020: 5/4일 파산 신청
  • 2020: 9월 부채를 회사자산으로 전환하고 47억원($400m)을 펀딩해서 리스트럭처링 중

 

정해순은 해외패션산업과 글로벌마켓 변화, 소비자트렌드 등에 대한 블로그, 기사,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바랍니다. haesoon@style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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