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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후(boohoo.com)의 위기…‘비윤리적’ 브랜드 이미지

록다운 기간 중 리테일 부문의 스타로 부상했던 부후가 7월 들어 윤리성 문제에 연루돼서 고전하고 있다.

영국의 주요 신문인 타임즈(The Times, The Sunday Times)가 지난 7/5일자로 부후의 영국내 하청 공장이 ‘현대판 노예제도’처럼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부후는 쏟아지는 사회적인 비난은 물론 주가가 46%(7/5일-7/15일 사이)나 하락하는 등 창립 이래 최고의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의 발단은 영국내 봉제기지인 레스터(Leicester) 지역의 한 봉제공장(Jaswal Fashions Ltd)에 노동자로 위장한 기자가 일하면서 경험한 공장의 위법행위를 고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공장이 부후의 상품을 생산하면서 부후가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이 공장은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 시간 당 5,321원(£3.50)을 지불했는데 이는 영국의 최저임금인 시간 당 13,257원(£8.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부후는 스웻숍(sweatshop) 운영이라는 지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스왈(Jaswal Fashions Ltd) 공장은 모프레이(Morefray)로 부터 하청을 받아서 부후의 브랜드 중 하나인 나스티갈을 생산했다.(사진: thetimes.co.uk)

이 고발 기사는 공장의 열악한 시설은 물론 마스크 없이 작업하는 등 공장 내에서 노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위험에 노출된 것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안전이 무시된 봉제공장의 노동환경은 레스터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스터는 영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해서 영국 정부는 지난 6/30일 레스터 지역에 록다운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의 주범으로 부후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부후는 패스트패션 리테일러로서 저렴한 가격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사진: dailymail.co.uk)

이번 사태로 부후는 노동력 착취를 통해 저렴한 상품과 빠른 딜리버리를 만들어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고 있다. 이처럼 부후가 기업의 윤리성 문제에 연루되자 그동안 부후를 판매하던 에이소스(ASOS.com), 잘란도(Zalando.com), 넥스트(Next.com), 베리(very.co.uk) 등의 유럽 내 온라인 리테일러와 플랫폼들은 부후 상품을 일제히 사이트에서 철수했다.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대상으로 부후를 홍보하던 인플루언서들(Jayde Pierce, Molly Mae O’Hagan, Vas Morgan 등)도 부후를 외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후의 주가는 기사가 나간 지 열 흘 만에 46%나 폭락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레스터는 영국내 패스트패션 리테일러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봉제 베이스다.(사진:theguardian.com)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약 162km 떨어져 있는 레스터 지역은 영국내 봉제기지로 유명하며 약 1,000여개의 중소 봉제공장들은 영국내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로 부터 하청 받은 의류를 생산한다. 레스터 생산 물량의  75%-80%가 부후 상품으로 알려지는 등 부후는 레스터 봉제기지의 가장 중요한 바이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레스터는 이미 2018년 FT(Financial Times)가 열악한 노동환경, 인가받지 못한 하도급, 저임금 지불 등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레스터 지역의 서플라이어들은 심지어 가먼트를 1,368원(£0.90)에 생산하기도 하며 이렇게 낮은 가격을 위해서는 규정된 최소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레스터 소재의 공장들은 영국의 시간 당 최저임금(25세 이상 13,257원, 21-24세 12,466원, 18-20세 9.805원) 보다 낮은 5,321원-6,081원(£3.50-£4.00)을 지급하는 것이 빈번하다고 알려진다. 보도에 의하면 공장측은 풀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를 파트타임으로 등록시켜서 저임금을 지불한다고 한다.


1-2주 딜리버리를 위해  상품의 40%를 영국에서 생산하는 부후는 젊은 고객들이 열광하는 온라인 패션리테일러로 떠올랐다.

부후는 인스타그램을 즐기는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트렌디한 스타일의 패션을 최대한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신상품을 1-2주 내에 생산해서 제공할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을 가진다. 자라의 딜리버리 기간이 25일인 것과 비교해서 부후의 시스템을 ‘패스터패션(faster fash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품의 딜리버리 기간(디자인부터 판매까지)이 짧을수록 신선한 상품이 가능하며 이는 매출 확대와 직결된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부후는 현재 방글라데시, 중국, 모로코 등지의 대형 가먼트 서플라이어들을 활용하지만 전체 상품의 40%는 영국에서 소싱하고 있으며 이는 성공의 기반이 됐다.


가먼트 서플라이어에서 D2C 리테일러로 성공한 부후의 창립자, 카마니와 케인.  

부후는 영국내 가먼트 서플라이어(Pinstripe Clothing)의 오너인 마흐무드 카마니(Mahmud Kamani)와 회사 내 디자이너인 캐롤 케인(Carol Kane)이 2006년 창립한 D2C (direct-to-consumer) 비즈니스다. 16-24세를 주요 타겟으로 하며 2013년에는 남성복(boohooMAN)으로 확장했으며 2017년 에는 NastyGal.com의 지적 소유권을 인수해서 미국시장으로 진출했다. 이 외에도 PrettyLittleThing.com을 비롯해서 영국에서 실패한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인 코스트(Coast), 카렌밀렌(Karen Millen), 웨어하우스(Warehouse), 오에이시스(Oasis )등을 인수함으로써 온라인 패션리테일러에서 멀티브랜드의 디지털 패션그룹으로 부상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부후의 주가는 연말까지 회복될 것이며 해외소싱으로 전환함으로써 이번 스웻숍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은 어떨까?  

부후의 기업가치는 7조 6,000억원(£5bn)으로 막스앤스펜서와 에이소스를 합한 것 보다도 크다. 또한 록다운 기간 동안 다른 패션 리테일러들이 고전하는 데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를 기록해서 투자계와 패션산업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스웻숍 파장으로 주가가 폭락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과연 소비자들이 이들은 ‘용서’ 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윤리성은 이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항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순은 해외패션산업과 글로벌마켓 변화, 소비자트렌드 등에 대한 블로그, 기사, 리포트를 제공합니다. 궁금한 사항이나 문의는 이메일로 연락바랍니다. haesoon@style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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