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패스트패션 리테일러인 부후는 유럽 국가들의 록다운(lockdown) 상황에도 불구하고 4월 매출이 전년 대비 성장해서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지 않아서 그 성장폭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식품부문을 제외한 온라인 리테일러들이 록다운 기간에 고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2006년 론칭한 boohoo.com은 16-24세 남여를 대상으로 최신 스타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에서 제공한다.
3월부터 유럽에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확산하면서 3월 중순부터 오프라인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영국에서는 공식적으로 3/24일에 록다운을 시작했다. 이러한 3월 한 달 동안은 고객들이 소비하지 않아 부후도 매출이 부진했지만 4월에는 매출이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라운지 웨어와 스포츠웨어는 록다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카테고리로 부후의 4월 매출을 늘리는데 기여했다.
부후측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활절(3월이나 4월)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휴가와 외출을 위한 파티드레스 같은 것을 구매하는데 록다운으로 이러한 경향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집에서 일하기 위한 캐주얼 워드롭(라운지웨어)으로 전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영상통화(미팅)에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비디오와 카메라 친화적인 상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후는 여기에 대응해서 상품구색을 바꿨고 이는 4월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부후는 디자인별로 200-600피스를 생산해서 48시간 동안 고객반응을 본 후 벌크오더를 하는 '테스트앤리피트(test-and-repeat)전략을 운영해서 고객의 니드를 신속하게 수용한다.
물론 다른 온라인 패션리테일러 역시 이러한 변화를 감지했겠지만 부후의 장점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100 여개의 신상품을 제공하고 48시간 만에 그 반응에 따라 상품을 리피트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부후는 다른 온라인 리테일러에 비해서 유연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패스트패션으로 잘 알려진 자라의 딜리버리(디자인부터 매장에 상품이 걸리기까지)가 약 25일인 것에 비해 부후는 7일-14일 만에 신상품이 제공되는 서플라이 체인을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후의 시스템을 ‘패스터패션(faster fashion)’ 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부후 성공의 기반이 됐다고 평가된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lobal Investment Research)에 따르면 신선한 상품의 딜리버리는 매출 확대와 직결되며 서플라이체인에서의 상품 딜리버리 기간이 짧을수록 매출 성장이 높다고 한다.
2013년 남성레인지를 추가한 후 2016년에는 별도의 웹사이트인 boohooMAN.com을 론칭해서 브랜드를 확장했다.
부후가 이처럼 융통성 있는 서플라이체인을 통해서 빠르게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가먼트 서플라이어에서 시작했다는 백그라운드가 크게 작용한다. 맨체스터 베이스의 부후는 약 4대째 의류사업을 운영하던 가먼트 서플라이어, 핀스트라이프 클로딩(Pinstripe Clothing)의 오너인 마흐무드 카마니(Mahmud Kamani)와 회사 내 디자이너인 캐롤 케인(Carol Kane)이 공동 창립한 회사로서 톱숍, 뉴룩, 프라이마크, C&A, 에탐 등 유럽의 대형 패션리테일러에게 의류를 납품했었다. 그리고 ‘고객에게 바로 판매할 수 있다면 더 저렴한 상품을 오퍼할 수 있겠다’ 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2006년 D2C(direct-to-consumer) 모델로 론칭한 부후다.
전문가들은 록다운 기간중에 프라이마크(오프라인만 운영) 를 비롯해서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의 고객들이 부후로 옮겨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록다운 기간 중의 매출 성장은 다른 라이벌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닫은 것에 대한 효과이기도 하다. 특히 오프라인만 운영하는 프라이마크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고객들은 그만큼 저렴하면서 온라인이 가능한 부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부후로 전환한 고객들이 록다운이 끝나고 계속 부후에 남을 수도 있으므로 부후가 록다운 시기를 통해 마켓셰어를 더욱 늘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후는 이제 멀티브랜드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나스티갈(NastyGal)은 미국시장에서 부후가 성장하는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다른 브랜드를 인수해서 멀티브랜드 전략을 운영하고 있는 부후에게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새로운 브랜드를 인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국에서 록다운을 전후로 로라애쉴리, 더밴햄스(Dehenmas), 오에이시스(Oasis), 웨어하우스(Warehouse), 캐스 키드스턴(Cath Kidston)등이 은행관리에 들어가는 등 도산하는 브랜드가 늘어날 전망이다. 부후는 2014년 프리티리틀띵(PrettyLittleThing)과 미국의나스티갈(NastyGal)을 인수했으며 2017년에는 미스팝(MissPap), 카렌밀렌(Karen Millen), 코스트(Coast) 등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5년 간 매출 규모가 열 배 이상으로 성장한 부후는 2014년 상장(50%)했으며 최신회계연도(2020년 2월 마감)에 매출은 44% 성장한 1조 8,600억원, 이익은 1,383억원을 기록했으며 록다운 기간인 1/4 분기(3월-5월)의 매출 성장을 약 5%-10%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부후를 심도있게 분석한 리포트, Boohoo.com: Unicorn Diagnostics 무료 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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